정보물 안 마시는 고양이 때문에 그릇 여섯 개 사봤다
조용한 여우·4일 전·42
작년 건강검진에서 물을 너무 안 마신다는 얘길 듣고 일 년 넘게 이것저것 해봤습니다.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어요. 제일 먼저 산 게 정수기형 분수대입니다. 다들 이거 놓으면 잘 마신다길래 질렀는데 모터 소리 나자마자 방으로 도망갔고 사흘 동안 근처도 안 갔습니다. 물소리 좋아하는 건 남의 집 고양이 사정이었어요. 그릇도 대여섯 개 사봤는데 여기서 하나 건졌습니다. 수염이 안 닿는 넓적한 접시로 바꾸니까 마시는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지더라고요. 깊은 그릇에 얼굴 넣었다 금방 빼는 게 그냥 성격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봅니다. 제일 효과 본 건 어이없게도 위치였습니다. 밥그릇 옆에 딱 붙여두던 걸 거실, 창가, 화장실 가는 길목에 흩어놨더니 지나가다 한 모금씩 마셔요. 밥 냄새 나는 자리 물은 거의 안 건드리더군요. 습식 섞는 것도 같이 하고 있는데 이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. 물을 더 마시는 건지 사료에서 수분을 채우는 건지 구분이 안 돼서요. 안 쓰는 그릇 네 개는 싱크대 밑에 쌓여 있습니다.